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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고인돌 하면 경기도 오산이다”라고 말할 수 없는 오산시 문화 홍보

“흔해서 그냥 놔두는 건가요?” 오산 고인돌의 설움
금암동·외삼미동에 ‘금암리지석묘군’ 등 고인돌 11기
홍보 미흡‥ 예비 문화도시로써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의문

 

[리버럴미디어=공소리 기자] 경기도 오산시 금암동과 외삼미동에는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인 고인돌이 있다. 그중 시민들이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금암동 고인돌은 ‘금암리지석묘군’으로 현재 인근에 공원을 조성해 고인돌공원으로 불리고 있다.

 

신인구가 많은 세교지역에 고인돌공원이 조성된 걸 보면, 오산시민에게 고인돌이 친숙한 유산인 거 같지만, 실정은 다르다.

 

고인돌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고인돌이 유적이라고 미처 생각을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오산시 문화 홍보에 다소 논란이 있다.

 

시민 A씨는 “공원에서 고인돌 모티브를 따와 모형을 만든 줄 알았다. 유적 근처를 자세히 살펴보면 표기된 내용이 있지만, 제대로 눈에 띄지 않아서 전혀 ‘진짜 유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더욱 확실한 홍보 수단이 생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인돌 유산에 대해 제대로 모른 채로 고인돌이 일반 바위처럼 전시돼있는 상황이다.

 

외삼미동에 있는 고인돌은 더 심한 홀대를 받고 있다. 위치적으로 인접한 곳이 아니고, 특별히 관련 전시관이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아 관광객이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삼미동 384에 위치한 지석묘는 시도기념물 제211호로 지정돼 있고, 금암리지석묘군은 경기도 기념물 제122호로 지정돼 있다. 지석묘군 중 한강 이남에서 발견된 경우는 최초이기에 그 가치가 높다. 또한, 청동기 시대의 거주 집단과 풍속 등을 알 수 있어 매우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왜 아무도 “고인돌 하면, 경기도 오산이야”라고 말하지 못하는 걸까?

 

 

우리나라에는 ‘고인돌 왕국’이라고 부를 만큼 고인돌이 많다. 고인돌은 전 세계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발견된다. 그중 남한에서 발견된 3만 기가 넘는다. 세계 고인돌의 40% 이상이 우리나라에 모였다. 우리나라 고인돌은 많고, 큰 것이 많으며, 세련된 조형미까지 갖추고 있다.

 

특히 고창·화순·강화 지역의 고인돌 유적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여기서 발견된 고인돌만 2만여 기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그만큼 고인돌이 많고 넘쳐난다. 워낙 흔하다 보니 단순한 바윗덩이와 구분하기도 힘들어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다. 실제로 고인돌의 가치를 몰랐던 옛날 사람들은 쉽게 바위를 훼손한 경우가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고창·화순·강화에 밀린 오산 고인돌

 

이러한 사정이다 보니 세계적인 유산으로 꼽힐만한 오산시 금암리지석묘군은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에서 봤을 때는 흔하고 흔한 유적이고, 같은 고인돌로 등급을 가리자면 최상급은 아니기에 홀대받는 면이 있다.

 

그런데 아직 찬란한 문화유산의 도시로 알려지지 않은 오산시의 처지에서는 흔한 유적으로 평가될 수 없을 것이다. 오산에서만큼은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귀한 문화유산이란 말이다.

 

실제로 오산시는 지난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그런데 문화도시로써 예비된 길은 어디인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닭이 먼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아니, 주객이 전도된 고인돌공원

 

 

고인돌은 ‘거석문화’로 불리는 선사시대 유적으로, 이집트나 아메리카 대륙의 피라미드, 영국의 스톤헨지, 프랑스의 카르낙 열석, 이스터 섬의 모아이, 말타의 신전 등이 거석문화로 손꼽히는 유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리나라 거석문화이다.

 

이스터섬의 모아이와 같은 거석문화 고인돌이 공원을 꾸며주는 역할에 불과하다는 것은 심각한 지역 문화적 손실이다. 고인돌을 위해 공원이 조성돼야 하는 부분인데,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를 판이다. 공원의 장식처럼 있는 고인돌 신세를 보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열려있는 공간에 고인돌이 놓여 있는 건 많은 시민이 문화 유적을 관람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그 공간에 유적에 대해 더 크고 자세한 설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산시에 고인돌이 존재한다는 걸 오산시민들, 그리고 외부에도 알려져야 할 내용이다. 오산시에서는 금암리지석묘군에 대한 홍보를 더욱 신경 써야 한다. 현재로선, 오산에 고인돌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오산시 고인돌 문화유산 홍보 방침에 대해 오산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따로 홍보정책을 하진 않는다. 안내판 등은 문화재청에서 지침이 내려와 표준대로 맞춘 것이다. 육안으로 볼 때 결코 작거나 하지 않다. 시민들이 보기에 부족함이 없어서 더 수정할 사항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오산시는 예비 문화도시로 지정돼 문화 관련 사업 증진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독산성 등에 치중된 업무로 인해 더 오래된 유산인 고인돌에 대한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관련 부서에서도 홍보에 대한 부분도 무신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예비 문화도시로써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시는 예비 문화도시로써 문화 관련 콘텐츠 등 홍보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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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리 기자

리버럴미디어를 창간하고 대표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취재 활동하겠습니다. 온 세상이 흰 눈에 쌓여 가려져도 소나무의 푸른 본질처럼 진실을 잃지 않는 기사로 독야청청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