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럴미디어=공소리 기자]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3월 26일부터 6월 14일까지 20주년 특별기획전 《흐르고 쌓이는》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평면, 입체, 설치, 미디어, 비물질 등 다양한 형식의 경기도미술관 소장품 125점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지난 20년간 축적된 소장품 수집의 역사와 주요 기획 방향을 돌아보고 미술관의 정체성과 역할을 살핀다. 민중미술 작가 김정헌의 기증 작품을 특별 섹션으로 조명하며, 다양한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흐르고 쌓이는》은 과거의 수집과 기억이 오늘날의 관람객과 만나는 순간 새로운 의미가 생성된다는 관점에서 기획됐다. 전시 제목은 흐르는 시간 위에 사유와 질문이 쌓이며 확장되는 과정을 은유하며, 경기도미술관이 걸어온 지난 20년과 소장품이 관람객과 함께 만들어갈 앞으로의 시간을 아우른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미술관은 무엇을 해 왔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서로 다른 시점에 탄생하고 수집된 소장품은 관람객을 만나 새로운 해석의 계기를 만든다. 이는 “예술과 삶은 어떻게 만나는가?”, “미술관은 관람객과 예술을 어떻게 연결하는가?”라는 미술관의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전시는 ▲‘예술은 ( ) 시작하는가’ ▲‘우리는 ( ) 살아가는가’ ▲‘우리는 ( ) 기억하는가’ ▲‘예술은 ( ) 함께하는가’ ▲‘나는 ( ) 실천하는가’의 다섯 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괄호 안의 단어는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예술의 형식적 실험에서부터 일상과 노동, 기억과 역사, 사회적 실천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예술이 제기해 온 다양한 질문과 관람객 개개인의 응답을 각 섹션에서 모색한다. 특히 마지막 섹션 ‘나는 ( ) 실천하는가’에서는 2024년 54점의 작품을 기증한 민중미술 작가 김정헌의 작업을 중심으로 예술의 사회적 실천과 역할을 조명한다.
첫 번째 섹션 ▲‘예술은 ( ) 시작하는가’는 장르와 형식을 해체하고 매체를 실험하며 예술의 경계를 확장해온 예술을 살펴본다. 유영국 〈산〉(1997), 박현기 〈무제〉(1993), 권오상 〈아구스타〉(2008), 구본창 〈태초의 #13〉(1998) 등을 통해 관습을 의심하고 형식을 전복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낸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한다.
두 번째 섹션 ▲‘우리는 ( ) 살아가는가’는 다양한 삶의 양상이 뒤섞여 표류하는 모습, 이를 둘러싼 감각, 삶의 궤적 등 다채로운 일상의 면면을 살펴본다. 민정기 〈사람들〉(1983-1989), 박은태 〈녹색모듈〉(2021), 배영환 〈아주 럭셔리하고 궁상맞은 불면증〉(2008),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2019) 등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을 비롯해 시공간적·신체적·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모든 장소성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일상을 더듬으며 살아감의 의미를 생각한다.
세 번째 섹션 ▲‘우리는 ( ) 기억하는가’ 에서는 흐려지고 잊혀지는 것들을 현재로 소환하는 예술을 살펴본다. 강요배 〈황파 1〉(2002), 윤석남 〈핑크 룸〉(1996), 조동환, 조해준, 〈미군과 아버지〉(2005), 안규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읽기〉(2016) 등은 흩어진 것을 모으고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게 한다. 무엇이 잊혀가는지,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또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며, 경계 너머로 밀려난 이야기와 잊힌 목소리를 다시 호명한다.
네 번째 섹션 ▲‘예술은 ( ) 함께하는가’는 ‘관계 맺기’로 사회와 깊게 밀착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길어 올리는 예술을 살펴본다. 이건용 〈동일면적〉(1975), 정정엽〈최초의 만찬 2〉(2019), 권혜원 〈급진적 식물학〉(2021), 김아영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2017) 등을 통해 연결하고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예술적 시도와 고민을 관람객과 공유한다.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의 경험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사유이자 실험이다.
다섯 번째 섹션 ▲‘나는 ( ) 실천하는가’에서는 민중미술 작가이자 ‘옆집 예술가’로서 일평생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고민해 온 김정헌의 예술적 실천을 살펴본다. 〈오직 나의 기억 속에서는〉(1995), 〈국가의 초상〉(2014)을 포함하여 2024년 경기도미술관에 기증된 그의 작품을 중심으로 “큰 그림, 작은 그림”과 “영매로서의 미술”을 화두로 삼아 미술이 사회적 행위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술과 삶이 분리되지 않았던 그의 작업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
전시장 내에는 관람객 참여 공간과 아카이브 섹션이 마련된다. 김정헌의 작품을 통해 ‘예술가’인 ‘나’의 실천을 살펴보았다면, 인접 공간에서는 관람객인 ‘나’의 생각을 더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나의 생각 더하기’ 코너에서 관람객은 괄호 안의 단어를 직접 채우고 자신의 응답을 공유할 수 있다. 이는 미술관의 다음 20년을 관람객과 함께 상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관람객의 자유로운 감상을 지원하는 소장품 카드와 쉬운 해설지를 제공하며, 음성 안내 및 경기도미술관 전시 안내 어플리케이션을 병행 운영하여 다각적이고 포용적인 감상 환경을 조성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이건용 〈동일면적〉(1975)과 연계한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이 4월 중 진행되며, 5월 가정의 달에는 다채로운 참여 이벤트와 함께 김정헌의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 기획자·비평가 대담이 개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