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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획 칼럼8] 생명존중의 시작 “가족”

 

[최인화 의왕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우리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어디에서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학교에서 받는 교육이나 사회적인 캠페인을 떠올릴 수 있지만, 아마도 그 시작은 가족일 것이다.

 

우리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 경험이 독특한 자기를 형성하며 한 개인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알고 있다. 즉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에게 하는 말을 통해서 ‘내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인상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느낌과 생각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된다. 그래서 한 생명이 태어나 ‘나’에 대한 반응으로 처음 경험하게 되는 부모의 양육태도는 자녀가 자신을 어떠한 존재라고 생각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부모의 지지와 인정은 자녀가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반대로 지속적인 비교, 비난, 무시 등은 자녀가 자신을 무가치 하다고 느끼는데 영향을 줄 것이다. 『아동기 감정양식』(이근후 등 역, 2015)에서 정신과 의사인 소울(Saul)은 “정신병리를 일으키는 해로운 외적 영향은 ‘너무 적게 하는 것(무시, 배척, 냉정함)’과 ‘너무 많이 하는 것(지나친 방임, 지배, 유혹, 잔인함)’의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고 했으며, 이 두 가지는 다 부모의 큰 실수라고 했다. 소울 뿐 아니라 많은 정신과 의사 및 상담전문가들은 한 사람의 정신건강에서 부모를 포함한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다.

 

부모 상담을 하다보면 억울해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다. 부모로서 최선을 다해 양육을 한 것 같은데 상담자가 어떨 때는 과하다고 하고 어떨 때는 부족하다고 하면서 자녀가 힘들어하는 원인을 다 부모 탓이라고 지적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부모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부족하거나 과한 양육이라는 피드백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서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저 친구의 엄마처럼 우리 엄마도 그랬으면...’, ‘우리 엄마, 아빠가 이랬으면...’이라는 상상을 하며 ‘내가 부모가 되면 우리 엄마, 아빠처럼 하지 않고 나의 자녀에게는 이렇게 해 줄 거야...’라며 철없이 부모님을 원망했던 적이 있다. 한참 세월이 지나던 어느 날, 내가 부모가 돼서 해주고 싶은 걸 자녀도 원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부모님도 당신들이 생각하기에 필요한 것을 나에게 주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녀가 아닌 부모 자신의 결핍된 욕구를 채우기 위해 자신이 ‘주고 싶은 것’을, ‘주고 싶을 때, 주고 싶은 만큼’만 주면서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하며 억울해 한 것은 아니었을까. 자녀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주기 때문에 부모가 생각하지 못한 결핍과 과잉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며 힘들어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아이가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로서 도와줄 수 있을까? 소울은 아동은 공감적 응답이 없어서 병이 생긴다고 보았다. 즉 아동의 건강한 성장은 부모를 포함한 중요한 대상과의 공감적 상호작용이 기초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공감적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많은 부모들은 임신과 출산을 통해 이미 자녀와 공감적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말 못하는 갓난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울음소리에 반응하며 무엇이 불편한지 살피고 울지 않게 애썼던 자신이 생각나는 부모라면, 그리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옹알이를 하는 아이와 대화하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 경험이 있는 부모라면 지금 자녀와의 관계가 어떠하든 이미 공감적 대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말할 수 없었던 갓난아이인 자녀와 대화를 하던 그 방법을 떠올리면서 지금의 자녀와 대화하면 훌륭한 공감적 대화가 될 것이다. 먼저 부모인 ‘나’의 욕구를 내려놓고 자녀에게 관심을 갖고 ‘눈을 맞추는 것’이다. 그리고 자녀의 필요를 알기위해 ‘물어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듣고’, 자녀가 ‘받고 싶을 때’ 그것을 주면 된다. 공감적 대화를 하면 자녀는 자신의 욕구가 수용되는지에 대한 여부를 떠나서 자신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로부터 존중받는 경험을 한 사람이 자신을 존중할 줄 아는 것 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존중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다루는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자녀의 감정과 존재를 존중하는 부모가 되는 것이다.

 

생명존중은 단순히 위기 상황을 예방하는 것만이 아니라 평소에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고 물어보고 반응해주는 누군가의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따뜻한 시작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가족’ 안에 있다.

 

 

이번 기획 칼럼은 총 10편의 이어지며,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비롯한 8개 시·군 센터(광주·부천·안산·오산·용인·의왕·평택·파주)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위 기관들은 ‘청소년의 생명존중 문화확산 및 위기대응체계 구축사업’을 공동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