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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버럴 칼럼] 12억 액면가가 문제가 아니라 예산 기준을 내세워야

 

[리버럴미디어=공소리 기자] 현재 뜨거운 화제인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관사 전세 12억 2천만 원. 중요한 건, ‘도지사 관사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재정 비상이라고 선언한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예산을 줄이고 있는가의 문제다.

 

경기도는 지난 8월 5일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면서 5,465억 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직원 체육대회 참가비 같은 복지성 예산까지 삭감하면서 내부적으로도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그런데 도는 6월에 도청 인근 156㎡(47평)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12억 2천만 원에 계약했고, 추 지사는 7월 취임 이후 관사로 사용하고 있다.

 

관사를 두는 것 자체를 문제 삼자는 게 아니다. 문제는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도민과 공직사회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면서 그 긴축의 기준이 과연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1천만 원 단위의 사업까지 삭감하면서 도지사 관사에는 12억 2천만 원 규모의 전세보증금을 묶어두는 모습이 나타났다면, 액수 자체보다 예산을 바라보는 기준의 일관성이 문제로 보인다.

 

실제로 보도에 따르면 직원 체육대회 참가비 1천만 원 삭감 등이 있었고, 경기도청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불만이 나온 상황이니까 말이다.

 

“재정이 어렵다면서 왜 가장 먼저 줄여야 할 항목과 끝까지 지켜야 할 항목에 대한 기준이 도민에게 설명되지 않았는가?”

 

관사가 문제인 것이 아니다. 12억이라는 금액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문제는 재정이 어렵다고 선언한 경기도가 예산을 삭감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 도민들이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경기도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도청이 광교에 있고, 도지사가 도정을 수행하기 위해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것이 업무 효율이나 체력 관리 측면에서 필요할 수 있다. 실제 경기도도 관사 계약에 대해 도정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도청과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했고 관련 규정에 따라 계약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광교의 주거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도지사가 도청과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며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관사를 없애야 하느냐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다른 예산은 그렇게 쉽게 줄어들어야 하는가.

 

12억 2천만 원이 언젠가 돌아온다는 것과 지금 경기도가 그 12억 2천만 원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그 돈을 관사 전세보증금으로 묶어놓는 대신 당장 필요한 사업에 투입했다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었을까?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천만 원짜리 사업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환받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12억 원의 자금을 현재의 다른 정책 수요와 분리해 생각할 수 있는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돈의 가치는 액면가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12억이 5년 뒤 돌아오는 것과, 재정이 어려운 지금 12억의 유동성을 활용하는 것은 정책적 가치가 다르다.

 

경기도의 재정 비상 상황에서 예산을 삭감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사업의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삭감하는 것인지, 정책적 필요성이 낮아서 삭감하는 것인지, 아니면 당장 집행 가능한 현금성 지출을 줄이는 것인지 그 기준을 도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실제로 경기도는 이번 추경에서 지방세 수입을 3천억 원 줄여 잡고, 미편성 필수 민생사업 2,400억 원을 반영하는 대신 다른 사업비를 대폭 축소했다. 그렇다면 더욱더 ‘무엇을 왜 줄였는가’에 대한 설명이 중요한 거다.

 

돈은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보다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반환받을 수 있는 12억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돈의 현재 가치를 무시할 수도 없고, 반대로 12억이라는 숫자만으로 관사 사용 자체를 비난할 수도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숫자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다.

 

이제는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도 예산 책정에 대해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때이다. 명확한 기준과 논리적 내용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게 진짜 경기도의 문제다. 도의 침묵이나 수동적인 대답은 도민들도 거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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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리 기자

리버럴미디어를 창간하고 대표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취재 활동하겠습니다. 온 세상이 흰 눈에 쌓여 가려져도 소나무의 푸른 본질처럼 진실을 잃지 않는 기사로 독야청청하겠습니다.